갑자기 예전 사진을 정리하고 싶어질 때의 심리
어느 날 갑자기 휴대폰 갤러리를 열게 된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냥 손이 간다.
그리고 몇 장 넘기다 보면 이상한 기분이 올라온다.
“이건 왜 아직 가지고 있지?”
“이때 나는 참 다르네.”
“이 사진… 이제 지워도 되지 않을까?”
갑자기 예전 사진을 정리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
그건 저장 공간이 부족해서만은 아니다.
대개는 마음 어딘가에서 과거를 다시 배치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지금의 나와 과거의 내가 어긋날 때
사진은 시간을 붙잡아두는 도구다.
그때의 표정, 그때의 관계, 그때의 장소.
사진은 그 시절의 나를 고정시켜둔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사진 속 내가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웃고는 있는데 어딘가 무리한 얼굴,
행복해 보이는데 실제로는 힘들었던 시기,
지금은 더 이상 연락하지 않는 사람들과의 장면.
그때 갑자기 사진을 정리하고 싶어진다.
이건 추억을 지우고 싶어서가 아니다.
지금의 나와 더 이상 맞지 않는 기억을 정리하고 싶어지는 것에 가깝다.
사람은 계속 변한다.
생각이 바뀌고, 기준이 바뀌고, 관계가 달라진다.
그런데 사진은 그 변화를 반영하지 않는다.
늘 같은 얼굴로 그 자리에 남아 있다.
그래서 마음이 조금 성장했을 때,
우리는 과거의 나를 그대로 두기가 불편해진다.
사진 정리는 사실,
“나는 이제 저 시기를 지나왔어”라고 스스로 인정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끝난 관계를 마음속에서 한 번 더 정리하고 싶을 때
갑자기 사진을 정리하고 싶어지는 또 다른 시기는,
어떤 관계가 끝났을 때다.
이미 연락은 끊겼고,
감정도 정리된 것 같았는데,
사진 속 얼굴을 보면 묘하게 마음이 흔들린다.
사진은 현실보다 느리다.
관계는 끝났는데, 기록은 그대로 남아 있다.
그래서 우리는 갤러리 속 장면을 통해
한 번 더 이별을 하게 된다.
사진을 지우는 순간은 단순하다.
하지만 그 전까지는 오래 망설인다.
“그래도 이때는 좋았는데.”
“완전히 없애는 건 좀…”
이 망설임은 미련이 아니라,
그 시간을 완전히 부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그래서 어떤 사진은 지우지 않고,
어떤 사진은 조용히 휴지통으로 보낸다.
이 선택은 냉정함이 아니라,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정리의 방식이다.
사진을 지우는 건 그 사람을 지우는 게 아니다.
다만 그 기억을
지금의 삶 중심에서 조금 옮겨두는 일에 가깝다.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무의식적인 신호
신기하게도, 새로운 일이 시작되기 직전에도
우리는 사진을 정리하고 싶어진다.
이직을 앞두고,
이사를 준비하며,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시작할 때.
이건 우연이 아니다.
사람은 새로운 장면을 맞이하기 전에
공간을 비우려는 본능이 있다.
물리적인 공간뿐 아니라,
기억의 공간도 마찬가지다.
사진이 많다는 건,
그만큼 과거가 현재에 자주 개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안다.
“이제 새로운 장면이 필요해.”
그래서 오래된 셀카를 정리하고,
의미 없이 쌓인 스크린샷을 지우고,
지금과 닿지 않는 장면을 조금씩 덜어낸다.
이건 과거를 부정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이렇게 말하는 행위에 가깝다.
“나는 이제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도 괜찮아.”
갑자기 예전 사진을 정리하고 싶어질 때,
그 충동을 괜히 냉정해졌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그건 마음이 단단해졌다는 뜻일 수도 있고,
새로운 기준이 생겼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
혹은 단순히, 지금의 나에게 더 맞는 얼굴을 남기고 싶다는 선택일지도 모른다.
사진은 기억을 저장하지만,
사람은 계속 움직인다.
혹시 지금 갤러리를 열어놓고 망설이고 있다면,
이렇게 한 번만 생각해봐도 좋다.
“나는 지금 과거를 지우려는 걸까,
아니면 현재를 더 선명하게 만들려는 걸까?”
어쩌면 사진 정리는
추억을 없애는 일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더 또렷하게 남기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떤 사진은 지워도 괜찮고,
어떤 사진은 그냥 둬도 괜찮다.
결국 중요한 건 파일의 개수가 아니라,
그 사진을 떠올렸을 때
내 마음이 어디에 머무는지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