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밤이 되면 조용해질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불은 꺼지지 않고, 도로는 숨을 고르지 못하며, 누군가는 여전히 이동하고 소비하고 일한다. 우리는 흔히 “잠들지 않는 도시”라는 표현을 긍정적인 활력의 상징처럼 사용하지만, 과연 도시는 왜 잠들지 못하는 걸까. 이 질문은 도시의 경쟁력보다 훨씬 깊은 구조를 드러낸다.

효율이 잠을 허락하지 않는 구조
도시는 효율을 기준으로 설계된다. 더 많은 사람이, 더 짧은 시간 안에,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이 구조 속에서 ‘멈춤’은 종종 비효율로 취급된다. 밤이라는 시간 역시 예외가 아니다. 과거의 밤이 휴식과 회복의 영역이었다면, 현대의 도시는 밤을 또 하나의 생산 단위로 흡수했다.
24시간 운영되는 편의점, 심야 배송, 야간 근무, 밤샘 공사. 이 모든 것은 도시가 스스로에게 잠을 허락하지 않는 증거다. 누군가 자는 동안에도 도시가 돌아가야 한다는 믿음이 이미 기본값이 되었다. 도시가 잠들면 손해라는 사고방식은, 결국 도시 전체를 만성적인 각성 상태로 만든다.
특히 대도시는 밤과 낮의 경계가 흐릿하다. 교대 근무가 일반화되고, 글로벌 시간대에 맞춰 일하는 산업이 늘어나면서 도시의 시계는 하나로 맞춰지지 않는다. 어떤 구역은 새벽에 가장 바쁘고, 어떤 구역은 밤이 되어야 비로소 작동한다. 이 불균형한 리듬은 도시가 깊은 잠에 들 수 없게 만든다.
도시는 효율을 높일수록 피로해진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피로를 회복할 시간은 점점 줄어든다. 잠들지 못하는 첫 번째 이유는 바로, 효율이 멈춤을 허락하지 않는 구조 그 자체다.
불안이 만들어낸 인공적인 밤
도시의 밤이 밝은 이유는 단지 기술의 발달 때문만은 아니다. 그 이면에는 불안이 있다. 어두우면 위험하다는 인식, 조용하면 불안하다는 감정. 도시는 이 불안을 조명과 소음으로 덮는다.
가로등, 상점의 간판 불빛, 24시간 켜진 실내 조명. 빛은 안전을 상징하지만, 동시에 경계를 풀지 못하게 만든다. 도시의 밤은 쉼을 위한 어둠이 아니라, 깨어 있기 위한 밝음으로 채워진다. 그 결과 도시는 밤에도 낮의 긴장을 유지한다.
소음 역시 마찬가지다. 완전히 조용한 밤은 오히려 낯설다. 멀리서 들려오는 차량 소리, 환풍기 소리, 누군가의 발소리. 이런 소리들은 도시가 아직 살아 있다는 신호처럼 받아들여진다. 도시가 조용해질수록 사람들은 불안을 느끼고, 그 불안을 다시 활동으로 채운다.
이렇게 만들어진 밤은 자연적인 밤이 아니다. 휴식을 위한 시간이 아니라, 불안을 관리하기 위한 시간이다. 도시는 잠들기보다는 스스로를 계속 확인한다. “아직 괜찮다”, “아직 돌아가고 있다”는 신호를 밤새 보내면서.
도시가 잠들지 못하는 두 번째 이유는, 어둠과 정적을 견디지 못하는 집단적 불안 때문이다.
개인의 밤이 모여 도시의 불면이 된다
도시는 하나의 존재처럼 보이지만, 결국 수많은 개인의 집합이다. 그리고 많은 개인들이 밤에 잠들지 못한다. 야근을 끝내지 못한 사람, 불안으로 뒤척이는 사람, 낮 동안 미뤄둔 감정을 밤에 마주하는 사람. 이 개인들의 불면이 모여 도시 전체의 불면이 된다.
밤은 생각이 커지는 시간이다. 낮에는 속도로 덮여 있던 감정들이 밤에 떠오른다. 그래서 사람들은 잠들기 전까지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불을 끄지 못하고, 소음을 남겨둔다. 완전히 멈추는 순간 자신과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도시는 이런 개인들의 상태를 그대로 반영한다. 늦은 밤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 창문들, 새벽까지 켜져 있는 사무실, 혼자 불이 켜진 아파트 단지의 몇몇 집. 이 불빛들은 도시의 야경이 아니라, 개인들의 불면 기록이다.
도시가 잠들지 못하는 것은 도시가 강해서가 아니라, 그 안의 사람들이 쉬지 못하기 때문이다. 개인의 회복 없는 활동은 도시를 계속 깨워 둔다. 결국 도시의 불면은 개인의 불면이 구조화된 결과다.
도시가 잠들 수 있으려면
도시가 잠들지 못하는 이유를 살펴보면, 그 해답 역시 분명해진다. 효율보다 회복을 존중하는 구조, 어둠과 정적을 위험이 아닌 자연스러운 상태로 받아들이는 감각, 그리고 개인이 죄책감 없이 멈출 수 있는 문화.
도시가 잠든다는 것은 모든 불이 꺼진다는 뜻이 아니다. 필요 없는 각성이 줄어드는 것이다. 밤이 다시 휴식의 시간이 될 때, 도시는 비로소 다음 날을 위한 힘을 회복할 수 있다.
잠들지 않는 도시는 멋있어 보일지 모르지만, 오래 지속되지는 않는다. 도시는 결국 사람처럼, 잠을 자야 한다.